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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플로우는 자본잠식으로 인한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으로 인해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21일 공시했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로, 회사는 다음 영업일인 24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24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감사 의견 거절의 주요 원인은 1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미국 인슐렛과의 법정 소송 및 그로 인한 과다한 비용 발생이다. 이 기간 동안 약 500억원의 소송비용이 발생했으며, 이는 당사의 재무제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오플로우의 주권거래가 정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10월에도 미국 경쟁사 인슐렛과의 특허소송에서 부정적인 가처분 소송 결과를 받고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거래소에 적극 해명을 통해 11월 중 거래가 재개됐다.
당시 회사가 당면한 직접적인 문제는 거래정지에 따라 미상환 전환사채(CB) 414억원어치를 즉시 상환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거래정지 중에 CB 변제를 진행하며 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CB 상환 압박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비책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이번 감사의견 거절은 예견됐던 상황이다. 선제적으로 이오플로우 전환사채(CB) 채권단과 기한이익상실 조항을 유예하는 특약을 대비했다. 당장 회사 재무에 영향은 없으며 곧 1심 판결이 나오면 항소절차를 진행하고 외부자금유치를 진행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기한이익상실 조항이란 채무자가 약정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가 만기 전 즉시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오플로우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항소 결과 이후까지 유효한 범위 내에서 유예를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기준 이오플로우의 미상환 CB는 3회차 10억원, 4회차 120억원을 합해 총 130억원이다. 회사는 올 1월 환매수 조건부 자산매각을 통해 마련한 80억원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사채 변제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김 대표는 “(회사) 문 닫는 분위기 아니다. 목숨만 붙여놓고 버텨보자는 것도 아니다. 매출을 낼 수 있는 의료기기 회사인 점에서 항소에서 승리하면 ‘계속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법차손 1186%…비용 줄이고 자금 조달 늘리고
작년 이오플로우의 별도기준 매출은 직전연도대비 6% 줄어든 53억원, 영업손실은 전년 377억원에서 심화된 521억원, 순손실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 621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유지 요건인 연매출 30억원은 충족했다. 문제는 법차손 비율이다.
작년 이오플로우의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은 647억원, 자기자본은 54억원으로 법차손 비율은 1186%였다. 직전연도 법차손 비율 105%에서 10배 이상 심화됐고, 2년 연속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했다.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라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차손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발생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게 된다. 이오플로우는 올해 법차손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늘리지 않으면 상장폐지 되는 수순이다. 이에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 축소와 외부 자금조달을 진행 중이다.
미국 인슐렛과의 특허 소송 승소가 앞으로의 영업에 필수 전제이기 때문에 소송비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심부터는 앞선 내용을 토대로 재판을 진행함에 따라 비용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아가 구조조정을 통해 100여명이던 직원을 65명 정도로 줄였다. 재무총괄임원(CFO)도 작년 말 사임했다. 남은 이들은 주로 개발, 품질관리(QC), 인허가(RA), 생산 쪽 인원이다.
김 대표는 “2025년 회사의 신규 적자 규모는 1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적자를 이 정도로 통제할 수 있다면 항소심까지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차손을 100억원으로 가정한다면 이오플로우는 작년대비 자기자본을 150억원가량만 확충해도 법차손 비율을 49%로 맞출 수 있다. 반대로 법차손 규모가 600억원대로 지속된다는 가정에서는 자기자본을 최소 1240억원 가량 늘려야 한다.
전자의 상황이라면 지난 2월 3회차 CB 170억원 가운데 160억원어치가 보통주로 전환되어 부채에서 자본으로 편입됐기 때문에 추가 조달이 필요치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후자의 경우라면 소폭 줄어든 1080억원의 자본이 필요해 보인다.
거래정지 시점 주가인 1490원을 기준으로 1000억원대 자금을 조달하려면 기존 총발행주식수의 두 배 가량의 주식이 거래돼야 한다.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의 총수는 1억주라 주목된다.
최근 CB 전환을 포함한 이오플로우의 총발행주식수는 3430만8099주, 김 대표의 지분율은 3월 14일 기준 7.89%(270만여주)다. 자금 유치 과정에서 김 대표가 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숫자는 말하기 어렵지만 (조달)규모는 좀 크게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