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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나손사이언스 연구소장(이학박사, 수의사, 부사장)은 큐라클(365270)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CU71’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나손사이언스는 비임상수탁기관(CRO)이다. 큐라클은 나손사이언스에 CU71에 대해 알츠하이머 동물실험을 의뢰했고, 그 결과는 탁월했다.
이데일리가 CU71 동물실험에 주목하는 이유는 도네페질과 직접 비교 실험을 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CU71은 도네페질보다 인지력 개선이 돋보였다. 특히, 도네페질은 투약 초기 반짝 효능을 보인 반면, CU71은 중장기 인지력 개선에 효능을 나타냈다.
이데일리는 지난달 3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생명로에 위치한 나손사이언스를 찾아 CU71의 동물실험 결과를 들어봤다.
초기 반짝하는 도네페질과 달리, 장기 효능 확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핵심 기능은 ‘인지력 개선’ 여부다. 현재 시판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인지력 개선은 고사하고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정도다. 이런 이유로 1996년에 출시된 도네페질이 30년째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치매약이다.
글로벌 도네페질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선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의 국내 매출 2900억원 중 2300억원(80%)이 도네페질이었다.
CU71 동물실험은 총 96마리의 쥐를 이용해 이뤄졌다. 집단은 △정상군 △치매군(비치료군) △도네페질 투약군 △CU71 투약군 등 크게 4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 실험은 Y-메이즈(maze) 테스트다. Y자 모양을 가진 미로에 쥐를 풀어놓고 관찰한다. 이 실험은 쥐의 공간·작업 기억력을 측정한다.
박 소장은 “정상 쥐는 본능적으로 한번 갔던 길은 다시 가지않는다”며 “반면 치매 쥐는 기억이 손상돼 같은 길을 반복해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 쥐는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비율이 80%라면 알츠하이머 쥐는 60%에 그쳤다. 그만큼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라며(박 소장은 그래프를 손으로 가리키며) CU71을 투약한 쥐들은 치매 쥐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은 비율로 새로운 길 찾아 나섰다”고 비교했다.
두 번째 실험은 물체 인지 시험이다. 쥐에게 두 개의 물체를 학습시킨 뒤, 이 중 한 개를 새로운 물체와 바꿔놓는 실험이다. 알츠하이머로 기억력이 손상된 쥐는 새로운 환경 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는 “정상 쥐는 새로운 물체를 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호기심 반응을 보인다”며 “쥐가 새로운 물체를 인식했기 때문에 다가간다”고 말했다.
실험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박 소장은 “처음 6개월엔 도네페질 투여한 쥐들이 CU71 투여군보다 새로운 물체를 잘 인지했다”면서 “하지만 9개월 차에 보면 도네페질 투여군은 인지력이 감소한 반면, CU71 투여군은 6개월보다 9개월 차 인지력이 더 올라간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장기 투약할수록 인지력 개선
6개월 차에 실시한 수조 실험 결과도 인상적이었다. 이 실험은 원형 수조에 부표를 놓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쥐에게 수영을 학습시킨 뒤, 부표 위에 올라서면 물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5일간 훈련한 뒤 부표를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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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장은 “치매 쥐는 정상 쥐보다 부표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5일간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CU71을 투여한 쥐는 정상 쥐보다는 늦지만 치매 쥐보단 빨리 부표를 찾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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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9개월 차에 실시한 2차 수조 실험이다. 그는 “6개월 차에 한번 훈련을 했기 때문에 9개월 차엔 방향을 인지할 수 있는 화살표, 삼각형, 별표 등의 표식 위치를 바꾼다”면서 “쥐가 표식을 이용해 ‘저 삼각형이 있는 곳이 북쪽이구나’는 식으로 방향을 파악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이 실험은 쥐들이 새롭게 위치를 학습하는 것인지, 옛날 기억을 활용해 위치를 찾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다.
박 소장은 “고작해야 2년 사는 쥐 입장에선 3개월 전 학습이 꽤 오랜 기억이기 때문에 잊어버린다”며 “그럼에도 CU71 투약군은 부표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조명했다.
그는 이어 “CU71을 3개월 차부터 9개월까지 총 6개월을 투약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알츠하이머병이 더 많이 진행됐음에도 불구, 약을 장기간 투약할수록 치료 효능이 좋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이어 “CU71 투약군이 9개월차에 6개월 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표를 찾은 것이 증거”라고 힘줘 말했다.
알츠하이머 쥐의 공간 작업 기억력의 손상은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나타나며, 나이가 들수록 악화한다. 특히 9개월 이후 알츠하이머 쥐와 정상 쥐 간 실험에선 상당한 차이가 보인다.
신경세포 덜 망가지고, 치매 진행 더뎌
병리학적 분석(바이오마커)에서도 CU71 투약군은 확실한 비교 우위에 있었다.
박 소장은 “뇌에는 신경세포가 있고, 신경세포엔 축삭이라고 하는 기억을 전송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축삭이 손상되면 ‘뉴로필라멘트 라이트 체인’(NfL) 이라는 단백질 조각이 혈액이나 뇌척수액에 섞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NfL 수치가 높으면 신경이 많이 망가졌다는 뜻”이라며 “치매나 파키슨병에서 NfL 수치를 중요하게 살핀다”고 정리했다.
나손사이언스는 96마리 실험쥐의 뇌척수액을 일일이 뽑아 NfL을 분석했다.
박 소장은 “(실험데이터를 가리키며)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치매 쥐들은 NfL 수치가 굉장히 높다”며 “반면 CU71 투여군의 NfL 수치는 확실히 낮다. 놀라운 건 CU71의 NfL이 도네페질 투약군보다 낮다는 것”이라고 비교했다. CU71이 인지력 개선뿐만 아니라 실제 신경세포 파괴를 줄인다는 얘기다.
CU71은 알츠하이머 발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축적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특징이 있다”며 “아밀로이드 베타는 베타40(β40)과 베타42(β42) 두 종류가 있다. 이중 베타42가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베타42/베타40’ 비율이 낮을수록 베타42가 적고 알츠하이머 발병이나 질병 진행이 제한된단 의미”라며 “CU71 투약군은 베타42/베타40 비율이 여타 집단 대비 확연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리헸다.
박 소장은 “지금까지 100여 종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동물실험을 진행했지만 CU71처럼 행동변화(인지력)와 바이오마커가 동시에 좋아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바이오마커 개선없이) 행동변화 개선만으로도 임상에 들어간 경우가 있었다. CU71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보다 높은 가능성을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