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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초기에 가정집 내부가 정돈되어 있고 피해자가 반항한 흔적이 없어 면식범의 소행일 것으로 예측했다. 경찰은 현직 판사의 아내가 살해된 만큼 판결로 인한 원한으로 범행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약 사흘 만에 범인이 특정됐다. 최초 목격자였던 가정부 조모양이었다. 4년여간 주씨 집에서 가정일을 도왔던 조양은 일이 서툴고 주씨의 자녀를 함부로 대해 평소 손씨와 갈등을 빚어왔다. 범행이 일어난 날도 손씨는 조양에 한 시간 전 시킨 심부름을 다녀오지 않는다고 꾸짖었다고 한다.
분개한 조양은 손씨를 폭행하고 살해했다. 평소 지병으로 병약하던 손씨는 그대로 조양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손씨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조양은 ‘알리바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씨가 시킨 심부름을 다녀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라면 한 박스를 외상으로 사고 슈퍼 직원을 집으로 함께 데려온 것이다. 조양은 슈퍼 직원과 함께 손씨 시체를 발견한 것처럼 꾸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양은 그해 5월 20일 1심 판결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아내를 잃은 주씨는 조용히 방청객으로 입장해 조양의 판결을 지켜봤다. 그리고 주씨는 다음날인 5월 21일 44세의 젊은 나이에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유서에는 어린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법부에 대한 송구함이 담겼다. 주씨는 아내를 잃은 후 “15년간 한번도 말대꾸조차 않던 당신이 보고싶어 미치겠다”, “아내가 죽어 더 살맛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판결은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무기징역으로 확정됐다.